▶2014 춘천마라톤 후기 :: 생애 첫 마라톤 도전기 ② - 대회당일
지난 26일 열렸던 춘천마라톤에 참가한 후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첫 마라톤대회이고, 혼자 준비해서 혼자나간 터라 부족한 점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고, 이렇게 그 경험을 함께 공유하고자 글을 적어봅니다.
▶2014 춘천마라톤 후기 :: 생애 첫 마라톤 도전기 ① - 대회 전 ~ 대회 당일
▶2014 춘천마라톤 후기 :: 생애 첫 마라톤 도전기 ② - 대회 당일
2014 춘천마라톤 출발
춘천마라톤의 시작과 끝은 공지천 일대에서 이루어집니다. 출발은 '기록순 출발제도'에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기록순 출발제도란, 참가자의 최고기록에 따라 A그룹부터 H그룹까지 총 8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출발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위 사진에서 출발라인 뒤로 A, B, C, D, E, F, G, H로 표시된 것이 대회시작시간 기준 그룹의 위치입니다. 최고기록별 그룹은 대회 신청당시에 기재된 정보를 바탕으로 정해지게 됩니다. 각 그룹별 기준은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이번 2014춘천마라톤이 첫 출전이었던 저는 기록미보유자 그룹인 G,H 중에서도 H그룹이었고, 8개의 그룹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분명하게 해두어야할 것은, 마지막에 출발한다고해서 안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록칩
대회신청 후 받은 택배에는 기념티셔츠, 안내책자, 물품보관용 백, 번호표, 그리고 '기록칩'이 들어있습니다. 이 기록칩을 운동화에 부착하여 달림으로써 자동으로 출발/도착 기록 및 구간기록이 기록되게 됩니다. 이 칩덕분에 H그룹으로 출발하더라도 제가 출발라인을 통과한 시간부터 기록이 측정되었습니다.
출발 ~ 10km구간
첫 대회인 만큼, 출발라인부터 철처히 '페이스메이커 바라기'였습니다. 5시간 페이스메이커 뒤에 서서 끝까지 따라 뛰겠다는 마음으로 달렸습니다.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면 좋은 것은 아무래도 구간당 기록을 스스로 하지않아도 된다는 점과, 구간스피드에 맞는 적절한 스피드를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저역시 페이스메이커뒤만 졸졸졸 달렸습니다.
[페이스메이커 옆에서 달릴때의문제]
그런데, 많은 분들이 같은 생각으로 페이스메이커 주변에서 달리게 되는데, 여기서 여러가지 여러움이 있었습니다. 다른 공간보다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크고 작은 부딪힘, 속도차이로 인한 코스변경 등 달리면서 신경써야할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렇게 그룹으로 무리지어 달리다가 급수대에서 물을 마시거나 스펀지를 가지려고하면 너무나 혼잡해졌고, 거기서 지체하는 시간도 꽤 길어졌습니다.
10km ~ 17km구간
페이스메이커 주변에서 달리기가 너무 신경쓰여서 페이스메이커보다 조금 앞에서 달렸습니다. 확실히 달리는데 편하기도하고, 곡선코스에서는 나름대로 최단거리로 보이는 코스로 편히 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7km정도를 달린 후 페이스메이커그룹을 살펴보니 이전보다 많이 사람이 빠져나가 여유있는 것을 보았고, 바로 페이스메이커 그룹에 다시 합류했습니다.
17km ~ 반환점 구간
제가대회 전 연습했던 구간 중 가장 길었던 코스가 20km였었습니다. 그래서 대회전부터 반환점을 돌고난 후, 20km이후의 레이스를 가장 기대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20km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던 이 구간은 뭔가 "20km얼른나와라!"하는 마음으로 달렸던 것 같습니다.
반환점을 돌때 뭔가 특별한 느낌이 들 줄 알았는데, 막상 돌때는 그런 느낌이 없이,덤덤했습니다.
반환점 ~ 30km구간
페이스메이커분께서 30km에 다다르는 구간이 춘천마라톤코스에서 가장 오르막길이고, 심리적으로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27.5km~춘천댐 구간은 굉장히 심리적으로 괴로웠던 구간이기도 합니다. 오르막길이면서 길고, 게다가 멀리서부터 그게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30km ~ 34km
30km부터는 내리막과 평지가 반복되는 구간이었습니다. 심리적으로는 굉장히 편했지만, 내리막길을 내려오다보니 허벅지 앞쪽에 무리가 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설마..'설마 쥐가 나겠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라톤 전 운동을 하면서 무리가 가는 부위는 주로 종아리 부분이었기에 마라톤 출발전 테이핑도 종아리에만 감아두었습니다. 내리막길에서 허벅지에 무리가 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34.5km지점에서 허벅지에 쥐가나서 쓰러졌습니다. 위 사진 속인물은 아닙니다^^; 허벅지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에 누웠는데, 사람들은 그냥 지나갔습니다. '너무하다'싶을 법도한데, 그런생각은 들지않았습니다. 그쯤되면 다들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있다는 느낌? 생각같은게 들어서, 방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34km ~ 42.195km
쥐난걸 푸느라 페이스메이커를 놓치고, 이때부터는 혼자 뛰었습니다. 절뚝절뚝 거리면서 회송버스가 언제올지모른다는 두려움에 걷고 뛰고를 반복했습니다. 이 구간에 오면 저 뿐만아니라 많은 분들이 걷고 뛰고를 반복하고 있기때문에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더 좋은 기록대의 참가자분들은 걷지않고 완주를 하시겠지만 5시간 이후 참가자분들은 아마 비슷한 모습으로 이 구간을 거쳐가는 듯 합니다.
그렇게 쥐를 풀고
진짜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골인지점이 저 앞에서 보이기 시작할때. 느낌이 잠 묘했습니다. 드디어 뭔가 해냈구나. 도착하는구나. 이젠 정말 완주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은 벌써 완주의 기분을 느끼지만, 골인지점은 좀처럼 가까워 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까지 걷지않고 한번에 뛰기로 마음먹고 골인지점까지 거리계산을 하지 않고 땅만 보며 달렸습니다.
함께 온 사람들이 있다면 주변을 둘려보며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찾아야 했겠지만, 혼자 참가했던 저는 그저 땅만 보면서 달렸습니다. 이렇게 한발 한발, 골인지점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를쓰며 달렸고 결국 상단 시계 기준 5시간 45분 50초에 골인했습니다. 6시간부터 회송차가 사람들을 태워버린다는 말을들었기에, 마지막 몇km구간은 시간에 쫓기는 레이스를 했습니다.
제 기록이 그쯤인줄 알았지만, 아니었습니다. 누가 마라톤 초보아니랄까봐 출발시점을 언제로 잡을것인지는 생각을 못했던 것입니다. 위 사진은 칩반환 후 받은 문자메시지입니다. 3시 12분에 왔으니, 칩반환이 완료된 후 바로 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기록은 5시간 16분 32초. 골인지점시계로 확인했던 기록보다 30분정도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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